시(season 4)

내심 분노했다

도로에서 보이는 귀여운 표정의 아이가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차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원초적인 웃음이라 놀랐다. 기울어진 빌딩을 타고 오르던 차는 결국 끝에 멈춰서서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다음 신문 기사에는 한 가족이 도로에 가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비 오는 날 강 인근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고 저녁 식사 준비에 사용할...

여유

쿠션 밑으로 깔린 얇은 감상. 음악의 어수선함과 어울리고 있다. 오전 일찍 일어났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오전이다. 시간이 지나면 압박은 줄어들 것이다. 무엇을 보아도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깨어있는 순간에도 영원한 잠을 믿는 손 움직임이 여러 번 눈가를 스친다. 그것들은 가끔 하늘에 비를 만든다. 그것들은 가끔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그것들은 서울을 떠날 생...

사람과 사람의 경계

넌 날고기를 먹는 인도양 한가운데의 원주민들과 혹은 육지의 원숭이에게 흉터에 내려오는 빗물과 참회록을 적었다. 넌 연결되지 않은 그들만의 언어에 침을 뱉고 뗏목을 엮어 바다를 걷고자 한다. 많은 것들은 변화를 거부하여 바다에서 올라온 사람의 일상에 나무로 만든 끈을 엮는다. 시간의 꼭대기에 끈이 걸려 더 나아가지 못한다. 뗏목은 가라앉았다. 수면에 걸린 무...

만지작거렸다

약속

산 너머

밥의 양이 적었다.

구립 도서관의 2층에는 사람들이 잘 찾아보지 않는 소설책이 구비된 공간이 있었다. 어느 겨울, 사람들의 휴게 공간이 필요하다며 책장을 전부 쪼개 놓았었다. 무명의 작가들이 가끔 돌아와 자신의 작품을 몰래 꽂아놓고 갔었다. 이제는 몰래 올려놓고 가겠지. 자신만의 것에서 모두의 것으로 옮겨가는 길에는 음악이 보이지 않는 구립 도서관의 칙칙한 모습만 남았다. 답...

먹먹해지는

작은 일탈 조명 없는 방안은 내게 시작이었다. 그곳에서 모든 시작이 있었다. 급하게 마신 맥주 거품이 눈과 귀로 들어갔다. 조명 없는 방안은 몇 명이 함께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손끝으로 느끼지 않았다. 촘촘히 앉아 어깨로 기댔다. 한명 한명 고개가 고꾸라진다. 잠꼬대가 길어지면 조명이 켜지고 들썩이는 몸에 우리가 바다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일탈...

내 얼굴을 보고 웃으며

모자와 옷을 벗고 밤을 걸었다. 더는 내 곁에 없는 네 곁에서 우리 눈에 띄지 않는 밤을 걸었다. 그나마 쥐고 있던 돈은 하수구에 빨려 들어갔고 골목은 비가 오는 듯 천천히 밑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가로등 주변을 서성이던 비닐봉지들, 자전거 바퀴에 낀 종이컵, 낯선 전류를 흘려보내는 문을 열고 나온다. 오전, 잠깐 스쳐 지나가며 냄새를 맡은 오류, 지...

막고 다시 막아본다

밤에 목격하는 빛의 종류가 많다. 오로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러나 그것은 겨울에 목격할 수 없는 빛이지. 내가 겨울에 본 빛은 보통 안경 먼지를 타거나 지역 신문에 쓸리는 종이 찌꺼기 따위에서 창조된다. 처음에는 좀 흐릿하다가 나중에는 선명해진다. 선명해지려다가도 휴대전화 빛이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이어져 있었다. 새벽에 잠깐 카페를 간 탓에 평균적으로 더 ...

갓길

뚜껑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