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사람들. 전통시장 사거리에서 대 자로 누워 기침을 뱉고 있던 사람들 우린 그들의 간을 걱정했다. 그의 눈에 박힌 노란 하늘과 피흘리며 웃음짓는 모습 그가 내달릴 거리의 사람들을 비웃진 않을까 걱정한다. 눈이 계속 감기면 내가 술을 많이 마신 것으로 생각했다. 피곤한 저녁 피곤한 빗방울. 천막의 뚫린 틈으로 소주잔에 떨어진다. 그런 균열과 섞여서 ...
그리하여 무기로조차 쓰지 않은 나뭇가지를 전부 잘라낸 이야기가 끝나게 되었다. 정원사를 쓰기 귀찮아하던 학교는 나를 포함해 학생 몇 명을 고르더니 최저 시급을 주고 장미를 죄 잘라버리게 시켰다. 과 사무실에서 급여를 받고 나오는 길에 과자 봉지를 샀다. 선배 몇몇이 맥주 캔 뭉치를 사서 동아리 방으로 향했다. 친구 하나는 담배를 사고 월세를 내야 한다며 그...
밤새 목이 새도록 나온 종이 찌꺼기 같은 울음소리에서 차를 우려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발톱에서 찢겨 나온 종이 찌꺼기들 홍차에도 색이 있다. 눈으로 우연히 유리잔에 섞인 색을 봤다. 그렇게 투명한 빛을 우연히 느꼈다. 그것이 어색해 한참을 보다가 다 식어버린 찻물을 거실 바닥에 부었다. 오래되어서 노랗게 타버린 거실 바닥. 새삼스럽게 오래된 것을 그...
비가 내린 한강 물을 떠 마셨다. 전부 내 것인 양 그곳에 떠내려오고 있던 플라스틱을 들고 어제 마신 와인을 토해낸다. 어제 일은 입에서 다 뿜어져 나오면서. 강에 스며든다. 차는 교각 위에서 소리 지르며 달리는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 떨어질 일 없이 조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떨어질 일 없이 그들은 물을 떠 마시는 상황에는 별 관심이 없다. ...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고 대구로 다시 출발하려던 차에 편의점에서 달려 나오는 오랜지 빛 가로등을 거쳐서 허공에 문지르는 색을 달고 목마른 눈, 들리지 않는 귀를 보면서 새벽에 어울리지 않는 리듬으로. 두 발로 걸어 나오는 오랜지 빛. 여기는 새벽. 기름 냄새 털어내고 딸랑 소리 나면서 열린 문의 위치. 그리고 그 안에서 계산하고 있던 모습. 입고 있던 후드와...
배회하던 공은 골대 앞에서 멈췄다. 꼭 멈추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안경 주변에 끼는 먼지처럼 거슬리게 돌아다니다가 그 앞을 아쉽게도 지나치면 될 것을. 그는 꼭 아쉬움만 남기고 철썩이며 지나치는 공 모양에 자연스럽게 파도 소리를 떠올렸다. 사실 마지막으로 파도 소리를 들으러 동해안을 찾았을 때 카디건을 하나 입고 무언가에 망설이듯이. 골대 앞을 배회하는 주인...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울고 있는 동급생이 있었다. 페인트 냄새가 심하게 나는(예전에는 도서관이 있던) 체육관에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 대부분 운동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틈에서 러닝머신을 타다가 울고 있는 그 학생은 목요일만큼은 그곳에서 울지 않았다. 하도 많이 달려서 발톱 끝이 깨져있었다. 양말 밖으로 상처가 보이면 눈을 피해서 얼굴을 좀 찡그렸다...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