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젖은 수건에 분명한 매력을 느꼈다. 가운을 입고 지나간 자리에 맑은 한숨을 게워냈다. 팔꿈치에 얼굴을 뭉개고 읽지 않은 메시지, 바로 켜지는 알람. 펜에는 잉크가 사라져 이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는 세상이 되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다시 이불을 덮고, 공책에는 공책과 같은 이름 석 자. 태양이 붉은색으로 구름을 어루만지는 시간. 나...
설마 우리는 우리에서 놓친 망치와 작은 괴물, 비린 냄새 사이에서도 우린 마주치거나 상상하거나 해서 놓치기를 바라지는 않았던 걸까, 밝은 노래 우린 돋아 있는 가시와도 같다. 발목이 뻐근하여 누웠다. 과다 출혈로 우린 죽지 않았다. 그래서 봐주지 않기를 바라는 손목의 핏줄. 솟아있는 그런 용감함이 좋았다. 우린 술을 마시지 않는 약 봉투 주의사항. 머리가 ...
끝나는 일과 끝나지 않는 일의 극명한 차이가 눈에 잠겨 내가 흘리는 것은 끝나는 일. 시간이 흐르면 끝나서 노트에도 적히지 않을 혼돈. 영원히 엉키면서 그래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원치 않은 열감에 식은땀이 났다. 책상 위에서 다리를 떨었다. 몸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노랫소리가 익숙해지며 몸은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되었다. 어두운 ...
아마도 그는 천둥번개가 치는 날 죽었다, 바닷가 인근의 횟집에서 회를 썰고 있던 그 날 천둥번개에 맞아 죽었다. 머리 위로 빛이 솟구쳤다고 한다. 방파제 위로 올라오는 파도와 낚싯대에 걸린 미끼가 안쓰러워 주변을 맴돌던 그는 천둥번개에 맞아 죽었다. 그가 왼손에 들고 아직 아가미가 펄떡이던 회의 어느 부위와 함께 그는 내리는 빗속에서 타 죽었다. 늦은 저녁...
표정의 변화를 느끼며 촘촘히 엮인 실을 풀었다. 그런 순애와 같은 실을 풀면서 더 이야기를 듣지 않기로 했다. 아마 집안에서도 듣지 못하는 조용한 소리를 더 듣지 않기로 했다. 우리를 위해서 남아있지 않았고 잠을 자고 있던 사이 베개를 들고 안겨있었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분명 어제 새벽부터 너가 좋아하는 것은, 그래서 너가 집을 떠나는 날 첫 발걸음...
그 웃음은 오래 씹어서 이에 새길 것이다. 내가 지쳐서 보지 못하고 있는 이런 순간 자취를 감추고 연두색을 입어서 입으로 걸어들어오는 것을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윽고 소리는 멈춘다. 잊게 되는 과정이다. 눈물로 쩔은 소리에 멈춰버리는 손목. 팔을 움직여도 역시 이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은 뜨지 않았다. 잠시 TV 화면을 살펴봤다. 그리고...
빨갛게 오른 스웨터. 나는 그 속에 숨어 더위와 추위 모두를 피하거나 앞으로 있을 계절에 대해 심취하듯 생각해보다가 그 위로 또 이불을 덮었다. 빛이 강한 모양이다. 눈을 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진다. 밑으로 기어가며 나는 현재 기대감에 차 있다. 이 커브 길로 돌아가며 마주친 어떤 소설가의 몸에 신문이 달려있다. 지갑에 남은 지폐를 다 털어...
내 이름표는 파란색. 이름을 걸어둔 파란색으로 이름을 썼다. 미리 써둔 그 이름은 불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키보드 위로 떠 있는 축축한 추천 키워드. 순위를 번갈아 가며 더럽고 냄새나는 문법으로. 얼룩지며. 이름표 우리가 뿌리고 있는 이런 전단지. 그 위에 걸린 이름표 이름을 보고 받아 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표. 어깨에 걸려 자기 이름이라고 이야기...
모르는 듯 너도 나에게 물었던 방법 그대로 돌려주면서 다시 초승달에 서로 이름을 걸어주면서 붙은 이름이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주문은 귀에 닿을락 말락 얘기를 해주면서 차가운 물이 하늘에서 툭 하며 떨어졌다. 툭 하며 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던 바로 전 날 차가운 물은 이마로 떨어졌다. 복부에 떨어지며 고통에 찬 소리를 질렀다. 눈에 떨어지면서 ...
다녀와. 어쩌면 부서진 다리 위에서 우린 마주칠 것이고 화난 표정으로 콜라 빨대만 씹으면서 두리번거리다가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이전처럼 손을 잡거나 난 알 수 없는 대화 내용과 알 수 없는 언어의 대화상자를 넘기는 연습을 했다. 사실 읽히지 않으면 빨리 넘기는 것 또한 의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는 버릇을 들이기로 했고 프라하 거리에서 호객하는 술주정뱅...
개인적인 판단 지극히 사적으로 걷는 자갈길 아래로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개미를 밟고 지나간다. 매번 어김없이 들어오는 시간. 새벽에도 나가서 사람들의 경로를 본 뒤 지극히 사적인 의지로 잡초를 뽑아 구덩이에 던져뒀다. 곧 달콤한 냄새가 나는 입구가 되었다. 개인적인 판단 사진기는 곧 떠오를 태양을 찍어 멈춰있는 순간을 뽑아낼 것이고 찌...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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