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존중의 시대다. 아쉽게도 존중을 위한 똘레랑스(tolérance)는 항상 부족하다. 반도 국가로서 어쩔 수 없는 운명일까? 우린 항상 극단을 선택하니까. 입 보다 열기 어려운 것이 귀다. 듣는 자세. 그것은 나 역시 어려운 일이다. 넘실거리는 포스트 모더니즘 속 사람들은 귀족과 자본가에 대항할 반동사상으로 무장해 기성 계급을 평평히 다져놓고자 했다...
아침은 아직 멀었으니 조금 더 쉬도록 하겠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공간에서도 우리는 잠을 이루기 어려운 공기를 머금고 눈을 가로채 가길 바라고 있다. 휴식을 원하는 지친 사람들, 냉장고에 남아있는 내일의 일과, 먹고 힘을 내야 하는 단순한 논리에 맞서진 못한다. 의지는 거칠지 못했다. 내일은 일어나야 하므로 그래서 무릎을 피는 아침에 쓰러지는 이야기...
앞에 있던 너는 너무 큰 나무 마당에는 더 발 디딜 틈도 없이 큰 사과가 자랐다. 보통의 뿌리라면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너는 그 뿌리를 타고 올라간다. 점점 위로 원했던 비행은 아니다. 눈을 감고 자주 하던 이야기를 어색하게 늘어놨다. 꿈에서 마주친 온실 사바세계의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나무와 너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욕조에 풀어놓았다. 갸...
구독을 끊었던 무언가를 새로 구독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계기로 인한 것이다. 내가 굳이 넷플릭스의 끊었던 구독을 다시 지르게 된 이유도 관심을 자주 가지고 있던 만민중앙교회(무안단물의 그곳 맞다), 그리고 JMS(교주 축구 200골인가 거기 맞다)를 털었다는 다큐 '나는 신이다'의 방영 소식으로 인한 것이다. 정명석 본인조차 본인이 설파하는...
우리 사회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즉 그들이 힘을 가지고 있다. 개인은 군중 속에 묻혀있다. - 자유론 우리가 역사시간에 공부하다보면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그림을 보게 된다. 난 이 그림 볼때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웃음이 나오던 기억이 있다. 사실 지금도 보다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그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지도...
선박 아래에서는 싸움이 한창이다. 벌써 저녁이 넘어가는 시간까지포크 하나를 두고 몇 마디가 오가는지, 세는 것도 잊어버릴 즈음큰 소리가 들려 이내 달아났다. 달아나면서 깨달았다. 나는 바다 위를 거닐며세르비아의 소라껍데기를 꿈꾸다가 달아난다. 뱃고동이 멀리 있지 않은갑판 위, 머리를 짧게 자른 사람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배의 끝부분에 다가간다. 시선을 돌려 ...
담배를 정말 빠르게 피우던 친구가 있다. 예전에는 파이프 담배를 피우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시 연초로 돌아선 모양이다. 작년 12월 중 친구는 정신 병원에 보호자 요구로 강제 입원을 해야 했고(경위는 잘 모르겠으나) 결국 크리스마스와 신정은 병동에서 보내야 했다. 다행히 휴대전화는 쓸 수가 있었기에 적적했을 그 친구에게는 크툴루 전집을 선물해 보내주기도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지 벌써 4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코로나에 두 번 걸렸고 아픈 몸보다도 지옥같은 격리 생활을 보냈다. 집돌이인 내가 산책을 꿈꾸게 만들다니 훌륭하다, 훌륭하다 코로나놈들. 질병이 퍼진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아무리 잘 짜여졌다 한들 막상 닥친 현실 앞보다 더 무서울 수 있을까? 뉴스로 접한 사람들은 많겠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눈을 뜬 시간이 네게 건넨 첫 마디는 이미 끝나가는 계절에 앞서 많은 것들을 망설이고 있었을 것이라고 몰래 묵혀둔 지하의 시간을 꺼내 살펴보니 “늦은 봄이 반겨주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미지근해진 화채를 포크로 찍으면서 변명 한마디 없던 서운함에 속아 멍하니 아삭거린다. 심장에도 습기가 차는 것이 몰래 웃으며 다가와서는 약지에 뜨거운 쇠고리 걸어두며 한 ...
이제 막 더워진 날씨에 당황해서 커피 위에 덜 데워진 봄을 올렸다. 내 얼굴에도 벗겨진 티가 나는 커피콩을 볶고 있는 것이다. 붉어진 얼굴을 들고 그 자리를 나갔다. 내 자리가 없는 버스가 여러 대 연달아 지나간다. 내 시선은 얼굴보다도 더 큰 타이어에 고정되어 그대로 따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 자리에 없는 커피 맛...
잠이 오는 날, 내 일기는 얼음처럼 씹히고 씹히는 소리에 놀란 우리 집 돼지는 어제도 소리를 지르면서 종일 애를 태웠다고 한다. 상갓집 불은 잠을 방해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향을 입힌다. 잘하는 게 별다른 의미가 아니다. 내 등에 소금기를 반찬 삼아 씹을 때 어제도 소리 지르며 애를 태우던 우리 집 돼지는 새끼를 낳았다. 기차를 타고 원주 인근의 밭을 지나...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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