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껍질처럼 떨어지는 시간에 둘러싸여 눈먼 위협을 느끼던 그는 저만치 먼 농장에서 밭을 갈다가 우연히 이 험준한 시간 속으로 발을 들인 것이 분명하다. 그는 돌아가서 마주할 더위에 목이 마르지 않았고,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저만치 먼 농장의 자갈을 흐린 눈으로 하나하나 골라내며 공평한 사랑을 주고 있던 것이 분명하지 않나. 그는...
카페에서 종이를 찢는 소리가 요란했다. 사람은 그대로 가고 소리만 남아라. 깊게 잠들지 말아라. 오늘 날짜가 빼곡하다. 내 짐은 남아있고 떠나기가 무섭게 커피는 두고 가시라 말한다. 너는 남아라. 의자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귓가에도 박하 맛이 묻어난다. 오후에도 종이는 찢어라. 난 오늘 걸음이 어색해서 이를 악물고 걷기도 하는데. 또 울리는 심상찮은 소리가 ...
네가 어렸을 땐 말이다. 가좌역에서 쏟아지는 출근의 발걸음에 차여 그곳 잡상인들도 네 허리를 잡고 철로에 버티곤 했었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허리를 잡아도 울지 않던 사람이 대학교 앞에서 반주를 하고 나오는 나를 붙잡고 내 허리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직 햇빛이 눈에 익숙하지 않은 듯 찡그린 표정으로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의도를 알아차리려 애쓰며 멀...
보통 때라면 모래가 가득 담겨 나오는 쇠 그릇에 여타 다른 손목과 같이 나오는 것이었다. 얘, 그건 네 손으로 집어 먹는 게 아니야. 기분을 일축했다. 꾸짖음은 오래도 간다. 늦가을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머리가 축축해서 그럼에도 아차, 모래는 지금은 봄이라 말했는데 고집부리던 시계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릇에 비춰지던것들 말하지 않으면 뜨거운 것도 잊었...
볕이 드는 자리에 올라간 분수대다. 아우성에 납득할 수 없는 소리다. 구두에 묻어, 그 물은 양말로 스며들고, 쩔뚝거리면서 아우성에 나도 스며들고, 보며 웃는다.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기다리는 사람 사이에서 웃는다. 머리를 적신 사람들을 마주 본다. 입꼬리가 올라간 곳으로 물이 스며든다. 분수가 꺼진다. 머리를 적셔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
무모함을 알고 있다. 너로부터 알지 못하는 영민함을 끌어안고 좁게 열린 문틈 사이를 내달린 끝에, 그는 닿았다. 어쩌면 다른 너와 아주 평범한 우주를 달렸다. 그런 맞닿음. 엄지손가락에는 책 표지가 붙어있었는데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첫 장을 넘기기까지 일주일이 흘렀다. 달력을 넘기자 좀 더 다른 시간이 흐른다. 너는 어느새 향수를 바꿨다. 그는 좁은 문틈...
앞서 나아가지 않던 사랑하는 그것은 빈집에 갇혀 울고 있었다. 몇 개의 명함은 씹어서 삼킨 뒤였고 목 끝을 할퀴고 있는 종이가 다시 밖으로 튀어나온다. 울음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여전히 빈집에 가둔 상태다. 씹히는 소리는 목 끝에서 울리고 있다. 냄새를 맡고 있다. 그것은 저 멀리서 아이들 놀이 소리와 함께 달려오며 경계선의 향수를 지우고 있다. 모래는 ...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적신 적도 없는 향수 냄새가 아른거리는 시간에 그나마 점심까지 남은 시간마저 매우 촉박했다. 산만함이 남아 아른거리는 바람의 모습도 설명하지 않았다. 산만한 오전에 창문을 열지 않아 재채기가 나오는 것도 되물어보았다. 몸을 움직였다. 춤을 추지 않았다. 온몸이 향수에 절여진다. 커피를 마시러 느닷없이 나타나는 귀, 사람 소리, 열지 않...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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